“원금균등이 이자가 적다고 해서 그걸로 신청했는데, 은행에서 한도가 더 적게 나온다고 합니다. 왜죠?”
둘 다 맞는 말입니다. 원금균등은 총이자가 적고, 그 대신 DSR 한도가 줄어듭니다. 이유는 하나입니다. DSR의 분자는 대출 기간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지금 1년에 실제로 갚는 원리금이고, 원금균등은 첫 해가 가장 많이 갚는 해이기 때문입니다.
두 방식은 첫 달이 다릅니다
원리금균등은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매달 같습니다. 처음에는 이자 비중이 크고 뒤로 갈수록 원금 비중이 커지지만, 통장에서 나가는 돈은 첫 달이나 마지막 달이나 같습니다.
원금균등은 원금을 매달 같은 금액으로 갚습니다. 이자는 남은 원금에 붙으니 매달 줄어들고, 첫 달 상환액이 가장 크고 마지막 달이 가장 작습니다. 원금이 빨리 줄어드는 만큼 총이자가 적습니다.
여기까지는 대출 상식입니다. 문제는 DSR이 이 둘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.
DSR은 가장 많이 갚는 첫 해를 봅니다
DSR은 1년에 갚는 원리금이 연소득의 40%를 넘지 못한다는 규제입니다. 연소득 6,000만 원이면 1년에 2,400만 원, 한 달에 200만 원까지입니다. 원리금균등은 매달 200만 원이면 끝까지 200만 원이니 그대로 한도를 역산하면 됩니다.
원금균등은 다릅니다. 첫 달 200만 원이 되는 원금을 빌리면 둘째 달부터는 200만 원보다 적게 냅니다. 그런데 심사는 앞으로 1년 동안 실제로 갚을 금액으로 하고, 그 1년이 전체 기간 가운데 가장 많이 갚는 해입니다. 가장 많이 내는 시기에도 40%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. 같은 월 200만 원으로 빌릴 수 있는 원금이 원리금균등보다 작아지는 이유입니다. 아래 표는 그 첫 해를 첫 달 상환액의 12배로 잡아 역산한 값이고, 그 기준의 한계는 글 끝에 적었습니다.
연소득 6,000만 원, 다른 대출 없음, 계약 금리 4%, 30년 만기, 수도권 변동금리 기준입니다. 수도권 주담대는 스트레스 가산 3.0%p가 붙어 7%로 심사합니다.
| 구분 | 원리금균등 | 원금균등 |
|---|---|---|
| DSR 한도 | 약 3억 61만 원 | 약 2억 3,226만 원 |
| 실제 첫 달 상환액(4%) | 약 143만 5천 원 | 약 141만 9천 원 |
| 실제 마지막 달 상환액 | 약 143만 5천 원 | 약 64만 7천 원 |
| 30년 총이자 | 약 2억 1,605만 원 | 약 1억 3,974만 원 |
- 원리금균등
- 약 3억 61만 원
- 원금균등
- 약 2억 3,226만 원
계약 금리 4%, 30년, 수도권 변동금리(심사 금리 7%). 한도 차이 약 6,836만 원.
한도가 6,836만 원 갈립니다. 대신 원금균등으로 2억 3,226만 원을 빌리면 30년 동안 내는 이자가 1억 3,974만 원이고, 원리금균등으로 3억 61만 원을 빌리면 2억 1,605만 원입니다. 빌리는 돈 자체가 다르니 단순 비교는 아니지만, 둘의 성격은 분명합니다. 한쪽은 많이 빌리고 한쪽은 적게 냅니다.
순수고정으로 바꿔도 격차는 남습니다
스트레스 가산이 없는 순수고정금리면 두 방식 모두 한도가 커집니다. 그런데 격차는 오히려 벌어집니다.
| 조건(연소득 6,000만, 4%, 30년) | 원리금균등 | 원금균등 | 차이 |
|---|---|---|---|
| 수도권 변동금리(심사 7%) | 약 3억 61만 원 | 약 2억 3,226만 원 | 약 6,836만 원 |
| 순수고정(심사 4%) | 약 4억 1,892만 원 | 약 3억 2,727만 원 | 약 9,165만 원 |
연소득 1억 원이면 변동금리 기준 원리금균등 약 5억 102만 원, 원금균등 약 3억 8,710만 원입니다. 소득이 커질수록 금액 차이도 비례해서 커집니다. 상환 방식은 금리 유형과 별개로 한도를 결정하는 축입니다.
만기를 늘려도 원금균등은 원리금균등을 못 따라갑니다
한도가 모자라서 원금균등을 유지한 채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. 수도권·규제지역은 2025년 6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30년까지라 이 길이 없습니다. 그 밖의 지역이라면 변동금리 기준 원금균등 40년이 약 3억 3,103만 원입니다. 같은 지역 30년 원리금균등의 3억 8,340만 원에 여전히 5,200만 원 넘게 모자랍니다. 만기 10년을 더 늘리는 것보다 상환 방식을 바꾸는 쪽이 한도에는 효과가 큽니다.
어느 쪽을 고를까
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. 한도를 끝까지 써야 하는 상황인가.
- 한도가 모자라면 원리금균등입니다. 같은 소득으로 7천만 원 가까이 더 빌릴 수 있습니다.
- 한도에 여유가 있고 이자를 줄이고 싶으면 원금균등입니다. 초반 상환 부담이 크지만 총이자가 수천만 원 적습니다.
- 중간이 필요하면 원리금균등으로 받고 여유가 생길 때 일부를 중도상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. 중도상환수수료가 붙는 기간인지는 중도상환수수료가 0원이 되는 두 가지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
본인이 집값에 맞춰 한도를 꽉 채워야 하는 쪽이라면, 상환 방식 선택은 금리 유형 선택만큼 큰 결정입니다. 두 가지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.
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
위 표의 원금균등 한도는 첫 회차 상환액을 12배한 값으로 역산한 것입니다. 가장 보수적인 기준입니다. 은행 전산은 첫 1년의 실제 상환액 합계를 쓸 수 있고, 첫 해 안에서도 이자가 매달 조금씩 줄기 때문에 그 경우 한도가 위 값보다 약간 더 나옵니다. 차이의 방향과 크기의 순서는 같습니다.
은행마다 내부 심사 기준이 따로 있어 실제 승인액은 규제 한도보다 적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. 이 글의 숫자는 규제가 허용하는 최대이지 은행이 약속하는 금액이 아닙니다.
DSR 계산기에서 상환 방식을 원리금균등과 원금균등으로 번갈아 바꿔 보면, 같은 소득으로 한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바로 나옵니다. “DSR이 보는 월 상환액”과 “실제로 낼 월 상환액”이 원금균등에서는 첫 달 기준으로 적힌다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.
